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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의 SNS칼럼] 하노이 회담을 결렬로 몰고 간 한 장의 문서 - 트럼프, "모든 核무기 核물질 미국에 넘기라!"

기사승인 2019.04.02  16: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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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길 칼럼니스트/전 국회의원

지난 2월28 아침 9시, 단독회담장인 메트로폴 호텔 둥근 테이블에 마주 앉은 트럼프와 김정은. 기자들이 퇴장하자 트럼프는 전날 밤 친교 만찬까지와 전혀 다른 분위기로 북한의 전면적 핵 포기를 압박했다. 

UN제재를 푸는 것이 북미간 신뢰회복의 첫걸음이란 김정은의 요구에 ‘그건 북한이 가진 모든 핵 관련 인프라를 폐기해야 가능하다’고 맞받은 것이다.

미국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정리해 밝힌 순간이었다.

● 반복되는 ‘궁극적으로’(ultimately)란 단어

이런 이야기가 30분 넘게 계속된 뒤, 미국 측에선 폼페이오와 볼턴 북측에선 김영철과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한 확대회담으로 넘어가자 트럼프는 미국의 요구사항을 일목요연하게 5개 항으로 정리한 문서를 김정은에게 줬다. 영어본 밑에 친절하게 한글본을 첨부해서.

확대 회담으로 전환되면서 미국 측은 다시 잠시 언론의 촬영을 허용한다. 3~4분간의 짧은 시간에 트럼프의 공개발언과 김정은의 반응에 회담이 엉키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트럼프는 연신 ‘회담은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하루 이틀에 되진 않겠지만 궁극적으로 성공할 거’란 말과 ‘김정은의 위대한 영도력 아래 북한은 큰 성공을 이뤄낼 것’이라고 달래는데 말끝마다 궁극적으로(ultimately)란 말을 붙이고 있다. 

오늘은 잘 안 되겠지만 결국엔 미국의 제안을 받을 거라는 뜻이다.

김정은의 반응도 회담이 어려운 국면에 있다는 걸 비치고 있다.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결심이 섰는가?’란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 ‘우리가 충분히 이야기를 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다’며 즉답을 피한다. 

표정은 전날과 달리 이미 굳어있다.

확대회담 벽두에 트럼프가 건넨 문서를 본 김정은은 실무협상에서 합의한 ‘하노이 공동선언’은 휴지가 된 것을 직감했고, 미북 양측은 오찬과 서명식을 취소하게 된다.

● 하노이 문서 속 5개 요구사항

2.28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순간을 만든 문서가 존재한다는 건 회담 직후 존 볼턴 안보보좌관이 미국 TV 회견에서 밝힌 바 있지만, 그 상세한 내용은 오늘(3월 30일) 새벽 로이터통신 보도로 드러났다.

美 국무부를 출입하는 레슬리 로튼(Lesley Wroughton) 기자가 쓴 특종 기사의 제목은 「한 장의 문서로 트럼프는 김에게 핵무기를 넘길 것을 요구하다(With a piece of paper, Trump called on Kim to hand over nuclear weapons」 이다.

로튼 기자는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가 자신에게 문제의 문건을 보여줬다면서 그 내용을 이렇게 요약했다.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와 핵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핵물질을 미국에 넘겨야 한다. 우리의 요구는 다음 5개 항이다.

1. 북한의 핵 인프라와 생화학무기 프로그램과 그리고 탄도미사일과 발사시설의 완전한 폐기 2.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 신고와 국제 검증단의 접근허용 3. 모든 핵 관련 활동과 새로운 시설 건설 중단 4. 모든 핵 관련 시설의 제거 5. 모든 핵 프로그램 관련 과학자과 기술인력을 상업적 활동으로 이동 배치』

로이터의 보도는 익명의 당국자를 통해 미국이 북한에 요구한 사항을 철회할 수 없도록 세계에 공개한 것이다. 

● 자신의 판단 착오에 좌절한 김정은

트럼프는 영변의 핵시설 폐기가 비핵화라고 할 수 없는 근거로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의 영상자료를 들이민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매우 놀라는 거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김정은을 놀라게 한 건 성과에 목맨 트럼프가 두루뭉술한 합의를 받아들일 거라고 믿었던 게 완전히 깨졌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판단 착오에 절망한 것이다.

로이터는 ‘하노이 문서’의 핵심 내용은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넘기라는 직설적 요구」(a blunt call for the transfer of Pyongyang’s nuclear weapons and bomb fuel to the United States)라고 했다. 

또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는 ‘리비아 모델’이란 것을 분명히 한 거라고 평가했다.

● 받을 수도 내칠 수도 없는 ‘강도적 요구’

2004년 베이징 6자회담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 ‘리비아 모델 핵폐기’는 북한이 극혐하는 개념이다. 

미국 측이 말만 꺼내도 곧바로 ‘强盜的 요구’(gangster-like demands)라고 비난해온 두려움의 대상인 것이다. 

7년간의 핵 프로그램 폐기 협상 끝에 2011년 모든 걸 미국에 넘긴 카다피가 곧바로 정권을 잃고 피살된 걸 너무도 잘 아는 북한에 바로 그 방식을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노이 문서는 미국의 입장이 됐다. 트럼프가 직접 문서를 김정은에게 줬고, 오늘 로이터를 통해 그 내용을 공개했다는 것은 이제 단계별로 잘게 나누는 걸 전제로 한 비핵화 협상은 미국의 선택지에서 사라졌다는 뜻이다.

미국이 문서로 요구한 ‘빅딜’과 북한이 꿈꾸는 ‘단계별 상호공동행동’ 사이에 거의 접점이 없기에 북미 비핵화 협상은 꽤 오래 멈춰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자신들이 비난해온 ‘강도적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결심을 할 가능성은 무척 낮다. 그건 결국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맞아야 이뤄질 일이다.

● 북한의 굴복 확신하는 미국

제재만 틈새 없이 유지된다면 북한이 핵 포기 결심을 하게 만들 절정적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그만큼 제재유지는 미국의 전략적 입장이다.

미국은 무슨 근거로 북한이 머지않아 핵 포기를 결심하게 될 거라고 믿는 것일까.

북한이 NPT탈퇴를 선언한 93년 3월 이후 수십 건의 대북 제재가 26년간 발동됐지만 북한이 생존의 위협을 절감하게 한 제재는 안보리결의 제2371호(2017.8)가 처음이다. 

북한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탄 철광석 납과 해산물의 해외판매를 금지한 결의안 2371호가 이행되면서 작년 북한 수출은 절반 이하로 급락했다. 이제 남은 돈줄은 해외파견 노동자의 송금인데, 이마저도 신규파견은 금지됐다.

● SCR#2371의 위력

2371호 하나의 제재로 감축된 수출액만 한 해 18억$ 규모. 그 결과 2018년 북한의 무역적자가 20억$ 규모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북한의 외화 보유고는 크게 잡아도 몇십억$ 규모고 GDP가 300~350억$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年 20억$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엄청난 적자이다. 

(※참고1. 북한의 무역적자 20억$은 GDP 2조$인 한국이 年1400억$ 적자 내는 격 
※참고2.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으로 북한에 넘어간 달러는 年1.5억$ 규모)

미국은 공해상의 불법 환적을 감시하고 밀거래에 관련된 나라와 기업에 2차제재를 가하면 머잖아 김정은은 경제 전반의 붕괴를 피하기 위해 전략적 결단을 할 거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이렇게 믿고 있기에, 그 결정적 순간을 뒤로 늦추게 만드는 행동을 한국이 한다면 동맹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위기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북한은 제재 압박에서 숨 쉴 틈을 한국에 기대할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의존은 인민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국력을 쇠퇴 몰락시키는 사약과 같다. 물과 공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며 제재를 버텨낼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리에게도 ‘플레이어가 무슨 중재를 한다고 하느냐’며 독자 대북 경협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의 외교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 뼘의 활동 공간도 찾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 중재의 공간은 존재할까

우리가 과연 미국의 최대압박을 완화할 방도를 찾을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현실이다. 

차라리 북한이 국제 현실을 직시하고 핵 포기를 결심하도록 돕는 편이 현명한 처신이 될 것이다. 북한을 설득할 방도가 없다고 판단되면 전략적 인내 전술적 관망을 택해야 한다. 

특히 어렵게 잡힌 한미정상회담(4월11일)까지 각별히 신중해야 할 것이다.
국제정치는 국내정치와 달라서 싫어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힘의 관계가 있다.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벽도 존재한다. 아프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최명길 칼럼니스트/전 국회의원

최명길 전 국회의원은 서울대학교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하고 MBC 기자로 입사, 국제부와 정치부, 워싱턴특파원, MBC 유럽지사장 등으로 활약했으며 MBC 대표 뉴스앵커로 활동하다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보특별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 정책위 부의장을 거쳐 2016년 서울 송파구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며 현재 한반도 및 국제현안에 대한 국제정세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정리)김미연 easypol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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