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지난 19일 북한 태권도 시범단 32명의 방한을 전격적으로 승인한 바 있다. 이번에 방문할 예정인 북한 시범단은 오는 23일부터 7월 1일까지 거의 열흘간 국내에 체류할 예정이어서, 거의 10여년 동안 중단된 이후 이루어지는 남북 간 체육교류라는 차원에서 체류 기간 중 미칠 파장은 실로 크다고 할 것이다.

▲ 도희윤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행복한통일로 대표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게 한다는 차원의 정부의지는 충분히 알겠으나, 이같은 남북교류의 첫 단추를 끼우는 데는 무엇보다 국민적 정서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어떠한가.  지난 13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의해 체포, 구금된 지 1년 3개월 만에 식물인간이 되어 귀국한 이후 엊그제 급기야 사망하고 말았다.  22세 청년의 사망으로 미국국민들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반인도적 인권유린 행위에 대하여 극도의 분노감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희희락락 체육교류를 하고 있을 대한민국의 행태를 어떻게 보겠는가.

또한 대통령 통일안보 특보의 잘못된 발언으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엇박자가 야기되고 있는 시점에서의 북한과의 교류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한가하게 체육교류라는 명목으로 테러집단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행위가 어찌 온당하다고 하겠는가.

이번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은 예전의 수많은 북한인권 유린 사태와는 사뭇 다른 점이 너무나 많다.
아무리 개념 없는 북한당국이라 할지라도 미국인을 자국내에서 구금할 때는, 명백히 미국과의 차후 협상을 위한 인질용으로 붙잡아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번의 웜비어씨도 핵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협상용을 활용할 것이라는 주변의 예측을 완전히 벗어나, 체포이후 마지막으로 얼굴을 드러낸 작년 3월 언론인터뷰 이후, 석방된 며칠 전까지 혼수상태의 식물인간으로 1년여를 감추고 있었다는 것은, 어떠한 변명과 주장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의 결과물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덧붙여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협상에 나서야하는 일들은 많고도 많다. 특히 국군포로, 납북자와 같은 오래된 사안 외에도 최근에 북한에 의해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등과 같은 자국민의 구출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협상에 나서야함에도 현 정부 들어서는 그런 말조차 나오지 못하는 개탄스런 상황이다.

11년만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또 어떠한가. 아직도 북한인권재단의 이사진 구성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북한인권법 시행을 위한 기본계획에 포함된 남북인권대화에 대해서, 북한당국이 헛소리를 집어치우라는 공개협박이 있었음에도 이 정부 들어와서 일언반구 찍소리도 못내는 것이, 어찌 제대로 된 정부이며 통일부의 위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통일부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방문승인을 즉각 철회하고, 북한에 억류된 우리국민이 오토 웜비어와 같은 비극적 사태를 맞기 전에 그들을 구출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통일부는 국민들의 열망을 안고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집행할 자격마저 상실한, 영혼 없는 왕초 부서에 지나지 않음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